짐 싸기 전에 엑셀에 또 표를 만들었어요. 물놀이 가방, 사진 가방, 먹을거 가방… 쓰다 보니 ‘아 이건 여행이 아니라 프로젝트 아닌가’ 싶더라고요. 근데 또 신혼여행은 평생 한 번이잖아요? 그래서 욕심이 막 나요. 편하게 쉬고 싶은데 또 뭔갈 해봐야 할 것 같고, 예쁘게 찍고 싶은데 땀은 나고, 먹긴 먹어야 하는데 살짝 멀미도 오고… 저만 이런가요? 그래서 오늘은 진짜 해보고 “오 이건 남는다” 싶은 액티비티만 골라서, 약간 허술한 저의 경험담과 함께 정리해봤어요. 중간중간 질문 하나씩 던질 테니 우리도 서로 대답하면서 취향 정리해봐요. 오케이죠?
1. 석양 세일링 크루즈—바람, 물결, 그리고 조용한 건배
- 뭐가 좋은가요: 해가 바다에 푹 잠기는 순간을 배 위에서 보면, 둘이 같은 화면을 보고 있단 느낌이 생겨요. 말수도 괜히 줄고요.
- 추천 장소: 하와이 오아후, 보라보라, 나트랑·푸꾸옥, 산토리니. 바람이 일정한 곳이 좋아요.
- 준비물/드레스: 얇은 바람막이, 고무밑창 신발. 흘러내리는 원피스보단 무릎 길이. 머리끈 필수. 사진은 흰색/네이비 톤이 무난해요.
- 멀미 팁: 배 타기 30분 전 생강캔디나 멀미약. 공복엔 더 어지러워요. 저도 한 번 공복 탔다가 살짝 헤롱… 괜찮겟지 했다가 혼났어요.
- 예산 감: 선셋+스낵 코스 기준 1인 5
15만원대(지역/선사 따라 차이). 프라이빗은 24배. - 질문: 바다 바람 맞으면서 “첫 건배” 할 컵, 유리 vs 스틸 중 뭐가 좋아요? 저는 스틸이 덜 불안했어요.
2. 로컬 쿠킹 클래스—여행의 맛을 집으로 포장해요
- 왜 하냐고요: 돌아와서도 그 지역이 계속 이어져요. 저희는 발리에서 사테 소스 배워와서, 기념일마다 슬쩍 해먹어요. 실패도 했지만요 하하.
- 구성: 시장 투어(향신료 배우기) → 요리 2~3종 → 레시피 카드. 채식/알러지 옵션 대부분 있어요.
- 옷차림/위생: 앞치마 주지만 밝은 옷은 피하고, 손 소독제 챙겨요. 반지·시계는 잠깐 빼두는 게 좋아요.
- 사진 포인트: 재료 색이 알록달록해서 인물+테이블 탑샷이 예뻐요. 자연광 자리 선점이 꿀팁.
- 예산: 1인 4~10만원대. 프라이빗은 소수정예로 2배쯤.
- 질문: 우리 집 ‘시그니처’ 한 가지 정해볼래요? 파스타 소스? 카레? 하나 정하면 기념일 밥상이 덜 고민돼요.
3. 물 위 듀오—카약 & 패들보드(SUP)로 2종 챌린지
(여기서 3위와 4위를 한 번에 묶어요. 둘 다 해보면 “아, 물과 친해졌다”는 감각이 달라요.)
- 카약 포인트: 둘이 탠덤(2인용) 타면 합이 맞아야 전진해요. 진짜로 팀워크 테스트예요. 구호는 “하나, 둘!”로 맞춰요.
- 준비물: 방수팩, 드라이백, 샌들. 햇볕 강하면 긴팔 래시가드.
- 안전: 해류/바람 체크하고, 구명조끼는 꼭. 파도 높은 날은 연안 코스만.
- 패들보드 포인트: 균형 잡다가 퐁당 빠져도 웃음이 먼저 나요. 무릎→한 발→두 발 순서로 3단계.
- 입문 팁: 바람 등지기, 파도 대각선 타기. 사진은 무릎포즈가 더 안정적이라 표정이 살아와요.
- 예산: 대여 1
2시간 1인 26만원대. 가이드 투어는 좀 더 올라요.
- 질문: 빠질 각오 돼 있나요? 젖는 게 싫으면 보트, 친해지고 싶으면 보드랍니다. 선택은 둘이서 냉큼.
4. 일출 하이킹—말수 적고 마음은 가까워져요
- 왜 일출이냐: 새벽에 같이 일어나서 정상에서 첫 빛을 보면, ‘우리 팀’이라는 감정이 이상하게 또렷해져요.
- 코스 고르기: 왕복 2~4시간 난이도 ‘보통’ 추천. 기술 코스는 신혼엔 무리수예요. 발냄새(?)보단 안전이에요.
- 신발/장비: 접지 좋은 트레킹슈즈, 헤드램프, 얇은 경량다운. 물 1L+간단바. 휴지·지퍼백은 은근히 영웅템.
- 사진: 삼각대 미니 하나. 해 뜨기 전 파란 시간대(블루아워) 10분, 그때가 최고예요.
- 예절: 자연은 빌리고 가는 거라 쓰레기 제로. 종소리 같은 말도 살살. 새벽 산은 소리에 민감해요.
- 질문: 정상에서 첫 한마디, 뭐로 할래요? 저흰 “수고했다”였는데, 그 한마디가 오래 남아요.
5. 원데이 스냅투어—둘의 다큐를 하루에 압축해요
- 콘셉트: 관광지 2~3곳+골목 한 곳. 지나친 포즈보다 ‘걷는 중/먹는 중/비 오는 중’ 같은 생활컷이 신혼톤이 나요.
- 복장: 2벌 이하로. 갈아입기 욕심 많으면 흐름이 깨져요. 구두는 30분만 신고, 나머진 편한 신발.
- 포즈 레시피: 걷기, 앉아 어깨 기대기, 서로 다른 방향 보기, 우산 공유. 손은 주머니·허리·잔·책 중 하나에.
- 날씨 변수: 흐린 날이 오히려 좋아요. 그림자 부드럽고, 눈도 안 찌푸려요. 저는 비 오던 날 사진이 최애예요. 물방울이 반짝하거든요.
- 예산/시간: 2–4시간 20~60만원대(현지/작가 레벨). 저작권·원본 전달 방식 꼭 확인해요.
- 질문: 인생샷 1장 vs 생활컷 30장, 뭐가 더 좋아요? 나중엔 생활컷이 더 손이 가더라고요. 진짜루.
6. 스파 & 온천 데이—몸을 풀면 대화가 깊어져요 (TOP7의 마지막)
- 이유: 액티비티가 쌓이면 근육도 쌓여요. 하루는 과감히 쉬는 날로. 마사지 받고 나면 ‘얘기 회의’가 잘 돼요. 웃기죠? 몸이 풀리면 말도 풀려요.
- 선택법: 커플룸 여부, 오일/강도 옵션, 사우나·온천 동선. 청결 후기보다 ‘소음·프라이버시’ 후기가 더 중요해요.
- 루틴: 점심 전 60–90분 코스 → 가벼운 수분식 → 낮잠 20분. 저녁엔 무리 일정 넣지 말아요. 스케줄 과욕 금지.
- 예산: 지역차 크지만 커플 10~30만원대. 리조트 스파는 2배. 길게 한 번보단 짧게 두 번이 체감상 만족도 좋아요.
- 보너스: 온천 지역이라면 노천탕 한 번. 별 보면서 담요처럼 김 올라오는 물, 그 고요가 두고두고 남아요.
- 질문: 조용히 쉬는 날을 “아깝다”고 느끼나요? 아니면 “이게 진짜 여행” 같나요? 답이 다르면 하루씩 번갈아 맞춰요.
신혼여행 액티비티의 핵심은 “같이 리듬 만들기”라고 느꼈어요. 배 위에서 바람 타고(1), 주방에서 소스 저어보고(2), 물 위에서 균형 맞추고(3·4), 새벽에 첫빛을 나눠 보고(5), 하루를 사진으로 눌러 담고(6), 마지막엔 몸과 말까지 풀어주면(7), 여행이 한 편의 이야기로 이어져요. 오늘 리스트에서 우리 둘이 “무조건 하자” 2개, “상황 봐서” 2개, “쉬는 날 전용” 1개만 골라도 충분해요. 완벽하려고 하다간 그낭 지쳐요. 중요한건 둘이 같은 박자에 서 있는 거예요. 자, 그럼 묻습니다: 우리 여행의 첫 장면, 배 위 노을일까요, 아니면 새벽 산 정상일까요? 어느 쪽이든, 그 순간 만큼은 평생 기억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