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그러잖아요, 여행 끝나고 집에 돌아와서 캐리어를 열면 모래 한 줌, 영수증 몇 장, 그리고 “이게 왜 여기 있지?” 싶은 낯선 과자가 딱. 오늘은 그 ‘낯선 과자’ 대신, 신혼여행을 오래오래 꺼내 먹(?)을 수 있는 기념품 얘기 좀 해볼게요. 완벽한 리스트라기보단 제가 실수도 해보고, 괜히 과하게 사봤다가 집에서 먼지만 쌓여본 경험을 바탕으로요. 중간중간 “이게 진짜 필요할까?” 싶은 질문도 던져볼게요. 조금 허술해도 괜차나죠? ㅎㅎ
1. 지역 한정 ‘로컬 먹거리’ 소용량 세트
- 왜 좋나요
- 여행지는 입과 코로 기억돼요. 크고 무거운 걸 한 방에 사기보다, 미니팩 묶음으로 사두면 집에서 티타임 때 딱 좋아요.
- “둘만의 시그니처 간식” 하나 정해두면, 결혼기념일마다 재구매하는 작은 의식이 생겨요. 혹시 벌써 정하셨어요?
- 고르는 팁
- 유통기한 길이 확인: 돌아와서 바로 못 먹어도 안전해요.
- 부서지기 쉬운 과자류는 ‘단단한 틴케이스(깡통)’ 버전으로.
- 공항 면세점 vs. 현지 마트 가격 비교는 필수예요. 마트 한정 맛이 의외로 더 맛있을 때가 많아요.
- 포장/운반
- 지퍼백+버블랩 2중 포장, 캐리어 하드 케이스 쪽에 붙여 넣기.
- 액상 소스는 100ml 규정 유의, 수하물로 보내면 맘 편해요.
- 경험담 한 스푼
- 오사카에서 미니 치즈타르트 세트를 샀는데, 집에서 오븐 3분 돌리니 신혼여행 맛이 그대로…! 한 박스만 산 게 그날의 유일한 후회였어요.
2. 실속+감성: 호텔 키카드·교통카드·티켓 스크랩북
- 왜 좋나요
- 돈 많이 안 들고, ‘우리의 동선’이 그대로 남아요. 사진보다 동선이 더 생생할 때 있잖아요.
- 빈티지엽서 한 장 끼워두면 퀄리티 뿜뿜.
- 준비물(간단버전)
- 미니 바인더(또는 A6 노트), 양면테이프, 날짜 스탬프, 얇은 펜 하나.
- 호텔 카드키, 지하철/버스 카드, 박물관 티켓, 영수증(예쁘게 찍힌 곳만!).
- 구성 아이디어
- 왼쪽 페이지: 지출/맛집 메모. 오른쪽 페이지: 티켓·사진 콜라주.
- 라벨러로 “Day 3 – 노을 진해요” 같은 문구 붙여주기. 오타나도 귀여워요. 진짜로요.
- 작은 팁
- 퇴실 직전 키카드 반납해야 하는 곳도 있어요. 하나만 살짝 보관해도 되는지 조심스레 물어보면 의외로 OK 해주는 곳 많았어요.
3. 집에서 계속 쓰는 ‘테이블웨어’ 한 점
- 추천 아이템
- 머그 2개(서로 다른 컬러), 샐러드볼 1개, 브런치 접시 2개, 소스볼 2개.
- 나무 커틀러리 세트(포크·스푼)도 테이블 위에 놓으면 여행 감성 톡.
- 체크리스트
- 식기세척기/전자레인지 사용 가능 여부.
- 코팅 스크래치, 굽(바닥) 흔들림 확인.
- 매장 포장+버블랩 요청, 캐리어 중앙에 옷으로 감싸기.
- 어디서 살까
- 관광지 메인샵보다, 동네 공방·마르쉐(주말장터)가 가격·디자인 균형 좋아요.
- 현지 도자기 브랜드는 종종 ‘1+1 미세하자’ 코너가 있는데, 흠집이 거의 안 보이는 보물도 많아요.
- 경험담
- 포르투갈에서 아줄레주 패턴 접시 두 장 들고 왔는데, 주말에 파스타 담기만 해도 여행 브금이 자동재생 되더라구요. 약간 과장 같지만 진짜예요.
4. 향으로 기억하는 디퓨저·향수·비누
- 왜 향인가요
- 사람 뇌는 향으로 장소를 소환해요. 문 열자마자 “여긴 보라보라 해변이네?” 이런 느낌, 해보셨어요? (저만인가..)
- 고르는 법
- 노즈 피곤하면 물 냄새(워터리)–시트러스–머스크 순으로 시향, 중간중간 커피빈 대신 “팔꿈치 안쪽 공기” 맡기.
- 향수는 30–50ml로, 디퓨저는 리필 가능한 걸로.
- 운반 주의
- 100ml 이상 액체는 수하물로. 개봉방지 씰 상태 확인.
- 새는 걸 대비해 지퍼백 2중+양말로 감싸서 충격 완화.
- 응용하기
- 집에 돌아오면 여행 향+집 향 레이어링으로 “우리 집만의 신혼향” 만들기.
- 카시트용 카드 방향제는 렌터카 드라이브 추억 소환용으로 굿.
- 경험담
- 몰디브에서 코코넛-라임 비누를 사왔는데, 아침 샤워할 때마다 “우린 또 떠날거야” 하는 기분이 들어요. 과몰입이라도 행복하니까 괜찮아요.
5. 이름 새긴 커스텀 아이템(각인/자수)
- 아이디어
- 가죽 여권커버·러기지 태그에 이니셜, 커플 와인 스토퍼, 목도리 끝에 자수 이니셜, 목걸이 펜던트에 날짜.
- 여행지 좌표(위도·경도) 각인한 얇은 반지도 은근 감성폭발.
- 주문 팁
- 현장 각인 10–30분이면 끝나는 곳 많아요. 제작 시간 미리 확인하고, 폰트·대소문자·스펠링은 두 번 확인(저는 ‘Seoul’을 ‘Soul’로 찍엇… 네, 그랬어요).
- 기념일 표기는 YYYY.MM.DD로 통일하면 깔끔.
- 예산/가성비
- 너무 비싼 금속류 대신, 매일 쓰는 가죽 소품이 만족도 대비 효율 좋아요.
- 작은 실버 참 하나에 날짜만 박아도 분위기 200% 업.
- 경험담
- 바르셀로나 골목 공방에서 20분 각인한 카드지갑, 지갑 열 때마다 그 골목 냄새가 나는 듯 해서 아직도 애지중지해요.
6. 사진 말고 ‘소리와 지도’로 남기는 기록
- 소리 기록
- 파도·성당 종소리·야시장 웅성거림 30초만 녹음해보세요. 규격: WAV는 용량 커서, 스마트폰 기본 M4A면 충분해요.
- 집에 와서 소리 파형 포스터로 인쇄하면 인테리어 포인트가 돼요. QR코드로 원본 소리 링크 걸어두면 친구들이 신기해해요.
- 지도 기록
- 구글지도 ‘리스트’로 맛집·산책로 저장, 타이틀 앞에 “♥신혼-” 붙이면 나중에 찾기 쉬워요.
- 하루에 3곳만 ‘다시 가고 싶은 곳’으로 별표. 너무 많이 찍으면 추억이 흐려져요, 진짜로.
- 혼합 아이디어
- “우리만의 사운드트랙” 플레이리스트 만들어서 지도 리스트 첫 줄에 붙여두기.
- 결혼 1주년에 그 리스트로 드라이브… 상상만 해도 좋지 않나요?
실전 체크리스트: 관세·포장·예산
- 관세/반입
- 주류·담배·향수 면세 한도는 국가별로 달라요. 면세점에서 준 안내문 사진 찍어두면 큰 도움 돼요.
- 식품은 원재료·성분표 라벨이 붙은 제품 위주로. 육가공/씨앗류는 국가별 제한 많으니 가급적 패스.
- 포장
- 깨지기 쉬운 건 “옷–기념품–옷” 샌드위치 포장. 액체는 지퍼백 2중+테이프 마감.
- 박스가 예쁜 제품도, 내부 완충재 없으면 현지에서 신문지라도 꼭 챙겨 넣어요.
- 예산
- “하루 기념품 예산”을 대략 정해두면 과소비 방지돼요(예: 하루 3만 원).
- 큰 건 1개+작은 건 2~3개: 다양성 vs. 짐 무게 밸런스가 좋아요.
좋은 기념품은 비싼 게 아니라 “다시 꺼내 쓰고, 먹고, 맡을 수 있는 것” 같아요. 집 밥상에 여행 접시 하나 올리고, 샤워할 때 몰디브 비누 한 번 쓰고, 저녁에 스크랩북 한 장 넘기면서 “그때 우리 왜 그렇게 웃겼지?” 하고 또 웃게 되는 거요. 완벽하게 고를 필요 없어요. 조금 허술하고, 약간 오타도 괜찮아요. 우리 둘이 좋으면 그게 정답이니까요. 그럼, 이번 여행에서는 어떤 ‘우리만의 냄새·소리·한 입’을 데려오실래요?